옹배기_모노드라마
원작: 오유권 소설 ‘옹배기’
각색: 공노사노 김병한
참고 인물들
반촌댁
풍월댁
새집댁
시간
1950년대 초반
장소
영산포
화자
새집댁
[서막: 개괄적인 상황]
나레이터가 소설 ‘옹배기’ 개요를 소개한다.
나레이터
1950년대 전후 영산포 근처 시골 마을에서, 새집댁이 신북으로 이사를 가며 물 옹배기를 처분하려 하자, 반촌댁과 풍월댁은 이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에 옹배기를 갖기 위한 술수를 부리며 새집댁에게 접근합니다. 풍월댁은 미리 새집댁과 거래를 시도하며 거짓 정보를 흘려 반촌댁을 견제하고, 반촌댁은 더 많은 돈을 주겠다며 새집댁을 설득하려 합니다.
(사이)
그러나 새집댁은 두 사람의 갈등을 지켜보다가 결국 빚을 진 선이네에게 옹배기를 무상으로 주기로 결정합니다. 마지막에 반촌댁과 풍월댁은 옹배기를 얻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보며 상실감만 남깁니다.
(사이)
오늘은 이사가는 새집댁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배우(새집댁)
한 때 광주에 살 때는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살림이 넉넉해서 그때 모아놓은 집안살이 중에 지금 남은 것은 저 옹배기 뿐인데, 저 옹배기를 두고 반촌댁과 풍월댁이 서로 경쟁하는 것을 보면 우습다. 광주에서 영산포로 내려올 때 이미 많은 살림은 처분했지만 옹배기 만은 가지고 온 것은 특히 정이 들어서였다. 이제 삼십리 길 신북으로 이사가면서 저 옹배기를 놓을까 한다.
(사이)
하루는 풍월댁이 왔다. 저녁을 먹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댁이 이사 가신다맹요?’ 하면서 넌지시 ‘반동우들이 물옹배기나 나 주고 갈라우?’ 한다. ‘물옹배기가 없어서 그요. 웬만하거등 그냥 놔두고 가씨요.’ 하드라. 나는 ‘금메라우?...’ 라고 시쿤둥하게 대답했다. 풍월댁은 재삼 재사 당부를 남기고 갔다. 금액까지 정하려고 해서 ‘아직 날짜가 있응께 그런 것은 더 천천히 있다 합시다.’ 했다. 풍월댁은 ‘그 돈을 미리 준비해놀라고 그요. 지금 말씀해주시요.’ 한다. 나도 아쉬운 처지라서 ‘이백오십 환만 주씨요.’ 했었다. 그랬더니 풍월댁이 놀랜 표정으로 ‘그 돈이면 새것도 사겄소.’ 그러면서 결국 ‘이백 환’으로 합의했다.
(사이)
풍월댁은 반촌댁과 단짝이다. 꼭 사이가 좋다기라기 보다는 품앗이를 같이 하고 나이도 비슷한데다 아이들 나이 터울도 비슷하다. 반촌댁이 혹시 옹배기에 욕심을 품지 싶었던가 거짓 정보를 흘렸다고 한다. ‘삼백 환’을 달라고 했다나. 속셈은 반촌댁이 아예 욕심을 내지 않게끔 요즘으로 하면 ‘페이크’를 쓴거다. 그런데, 반촌댁이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사이)
반촌댁이 나를 찾아 왔다. 풍월댁과 마찬가지로 ‘참 집이 이사 가신다맹요?’ 하고 운을 뗀다. 그러더니 옹배기 얘기를 꺼낸다. 사실대로 얘기했다. ‘옆집 풍월댁이 폴라고 해서 이백오십 환만 주락 했더니 한사코 이백 환에 달래서 이태껏 지내던 정의도 있고 해서 그래 달라고 했소.’ 했다. 반촌댁은 가까이 다가서더니 내 귀에 대고 ‘돈 십 환 더 붙여디리께 나 주씨요.’ 한다. 내가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사람이 돈 심 환 사이에 그래서 쓴다우! 놈에게 인심 잃고 못써라우.’라고. 반촌댁은 ‘이십 환’, ‘삼십 환’ 하더니 결국 ‘오십 환’까지 올려주겠다고 한다. 내 눈치가 누그러진 것 같으니 반촌댁은 ‘그렇게 알고 갈라우.’ 하고 가더라. 사실 내가 승낙한 것은 아니지만 없는 살림에 ‘오십 환’이면 ‘아이들에게는 어디냐?’는 생각은 했다.
(사이)
두 여인의 옹배기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이 가상타는 생각도 들지만 또한 측은하기도 했다. 새것 사면 될 것인데, 한푼이라도 절약하려는 생각에 내집 옹배기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려니 생각하니… 여하튼 억척스런 두 여자 사이에서 결정을 못 보고 내일이면 이삿날이다. 이웃한 선이 어머니께서 짐꾸리는 것을 돕고 있을 때다. 풍월댁이 품앗이 일을 마치고 들렸다. ‘새집댁, 나 이 옹배기 집으로 갖다 둘라우잉!’ 한다. 그런차에 반촌댁도 들어선다. 사실은 두 여인이 같이 품앗이 밭을 매다가 집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가 들린 것이다. 둘이서 딱 맞딱뜨리자 옹배기를 잡고 서로 자기 것이라 우긴다.
(사이)
‘이 사람아! 이 옹배기 내가 사기로 한 것일세.’
‘별 말을 다 하네. 내가 사기로 한 것이네.’
‘아니, 내가 언제부텀 맞춰났다고 근가! 내놓소. 이리.’
‘별소리를 다 하네. 자네는 그 깨진 옹배기라도 있지 않능가! 욕심 부리지 말고 내놓소. 이리’
둘이서 티걱태걱 한다. 참, 억척스런 여인들이다.
내가 한 마디 했다.
“나는 집이들께 꼭 폴겠단 말, 안 했어라우. 꿔 묵은 쌀 대신 선이네 줄라우. 이리들 내놓씨요.”
꽹과리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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