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_모노드라마
원작: 오유권 소설 ‘참외’
각색: 공노사노 김병한
참고 인물들
장사꾼 사내
과수댁
용산댁
신동댁
시간
1950년대 초반 여름부터 초가을
장소
영산포 용산리 근처
화자
되넘기 장사꾼 남자
[서막: 개괄적인 상황]
무대는 어두운 조명에서 점점 밝아지면서 시작된다. 밭을 매는 과수댁과 용산댁을 바라보는 장사꾼은 꽹과리를 두들기면서 개괄적인 상황을 소개한다. 먼저 나레이터가 극 소개부터 전개된다.
나레이터
1950년대 초반, 영산포장을 배경으로, 가난과 고독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과수댁과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와 갈등을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과수댁은 남편과 사별한 후 삼남매를 어렵게 키우며 일하고, 마을을 지나는 장사꾼들의 짐을 맡아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되넘기 장사꾼이 참외를 따다 과수댁 아이들에게 나눠 주며 후일 값을 치르겠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오해를 낳아 과수댁이 도둑질을 하고 장사꾼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으로 번지게 됩니다.
(사이)
과수댁은 악의 없는 선의를 오해받고, 특히 이웃 용산댁이 퍼뜨린 헛소문으로 인해 점점 고립됩니다. 신동댁과 용산댁은 과수댁을 의심하며 마을 사람들 사이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과수댁은 결국 소문과 의심에 짓눌려 몸져눕게 됩니다.
(사이)
한편, 장사꾼 사내는 다른 장사를 하러 떠났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돌아온 장사꾼은 과수댁이 소문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음을 알게 되고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두 사람은 짧은 재회 속에서도 말없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며 위로를 나눕니다. 과수댁은 장사꾼에게 섭섭함과 감사를 전하고, 장사꾼은 더 이상 그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자리를 뜹니다. 과수댁의 외로운 삶과 고난이 사내의 등장으로 일순간 따스해지는 가운데 막이 내립니다.
(사이)
오늘은 되넘기 장사꾼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배우(되넘기 장사꾼)
(진지하지만 약간은 짖궃게) 내가 영산포장을 볼때는 짐을 맡기곤 했지라우. 과수댁 집이 오가며 짐 맽기기가 좋았서지라우. 맘씨 착한 과수댁을 보기만해두 하루 일진이 펴는디, 영포장이 설 때면 빠질 수 없는 일이였지라우. 근디 그런 소문에 피를 말렸다는 소리를 듣고 내 대가리가 열려 버렸단께요. 그러니까 그 일이 어떻게 된 것이냐먼…
꽹과리 세마치
나 땜에 애먼 사람이 시달렸다니, 맴이 찢어질락 하구만. (사이) 지난 여름이구만요. 참외가 한참 나올 때니까. 영포장을 보려고 용산리 고갯길을 넘을락치면 보이는 길갓집이 과수댁이지라우. 목도 타고 해서 들려 물한모금 얻어 마시고 가는 것이 장날 일과였는디… 그날은 지가 술을 한 잔 걸치고 들렸어지라우. 그날따라 장사가 하도 안되가지고 ‘에라 모르겄다’ 하고 낮술을 한 것이 좀 과했지 싶어라우.
(사이)
과수댁을 들렸더니 어린 사내애가 ‘엄니, 얼른 밥 조오.’ 하드란 말이요. 하도 애잔해서 내가 과수댁에게 물었소. 과수댁은 ‘한 술씩 끓여 먹였소.’ 라고 답하는디, 뻔한 거짓이라는 게 드러나더이다. ‘산 입에 거무즐 처서야 되겠소’라고 말하고는 과수댁 근처 참외밭에서 참외 세 개를 따가지고 와서 아이들에게 나눠주지 않았겄소.
(사이)
과수댁은 깜짝 놀랩디다. ‘어따어따! 남의 것을 멋하러 이렇게 따겠소.’라면서 아이들의 손에서 참외를 도로 걷더라니까요. 그래, 내가 ‘아따! 그대로 줘두씨요. 돈은 내가 밭 임제한테 말하고 주리다.’면서 안심을 시켰소. 글고는 나는 술김에 잠이 들었소.
(사이)
과수댁은 내가 코를 골고 자는 사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처하게 됐듬갑습디다. 내가 나쁜 놈이지… 과수댁은 외간 남자가 퍼질러 자고 있으니 깨우지도 못하고 난처한 입장이라 부러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돌아왔던 갑디다. 잠에서 깬 나는 과수댁에게 실례가 많았노라고 하면서 나오지 않았겄소. 그게 큰 화근이 될 줄이야, 그때는 몰랐었지라우.
꽹과리
나중에 들어봤더니 다음날부터 일이 벌어졌닥 안하요. 마을 신동댁네 외밭에서 참외 한 접 가량이 없어졌닥 안하요. 신동댁이 작은 조카하고 머슴을 데리고 영포 장으로 주변 마을로 돌아다니면서 수색을 했등갑습디다. 그러면서 애먼 과수댁하고 나하고의 일이 별난 사이처럼 용산댁이 수군댔닥 안하요. 참외 세 개 따올 때 용산댁이 봤등갑습디다. 나는 바로 계산 하려니 했었는디, 이튿날 잘 아는 사람이 여수로 어물 장사를 하러 가자고 해서 그길로 떠나고 계산은 깜박했단 말이요.
(사이)
과수댁은 애먼 소문에 의심을 받게 되니, 서는 이러고 후는 이렇다고 설명을 했는 갑디다. 애당초 안 받으려고 했는디, 나중에 계산한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다고. 근디 시골 소문이 어디 거기서 끝나요. 결국 나하고 과수댁하고 서로 그렇고 그런 사이라네… 식으로 얘기가 퍼졌든갑디다. 특히 용산댁 입방정이 컸던 모양입디다. 사실은 용산댁은 과수댁이 깨끗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과수댁에게 잘 해주는 것을 못내 시기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어라우. 결국 과수댁은 몸져 눕고 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닥 안하요.
(사이)
근디 이 못난 나는 어물 좀 팔아 재미를 보겄다고 가을이 다 가도록 영포 장에는 낯짝을 보이지 않았으니 과수댁 고통이 어떠했겄소. 과수댁은 그란해도 못 먹어서 삐쩍 여위었는디, 여기저기 소문 잠재우러 돌아다니다가 옆구리까지 결리기 시작했닥 안하요. 결국 몸저 누워서 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는데 웬수같은 나는 나타나지 않으니 어쩔 것이요.
꽹과리 진양조
오랜만에 장짐을 정리해서 영포장에 가던 길에 과수댁을 들렸더니 그 사단이 났닥 안하요. 그래 얘들에게 준비해온 과자를 쥐어주고 과수댁 마당으로 들어섰더니 문을 열고 밖을 내다봅디다. 나는 그때까지도 영문을 모르고 ‘아니, 그 동안 어디가 편찮았습디여?’하고 묻지 않았겄소. 과수댁이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몸이 좀 불편해서 그러요.’ 라면서 앉으라고 합디다. 내가 ‘어느 때부터 앓아누었습디여?’ 하고 물었지라우. ‘한 달포 저쪽부터 옆구리가 좀 결리는데 대단치 안해라우. 그런디 저, 사내 양반…’ 하면서 뭔가 할 말이 있는 성 싶은디 말을 못하더라구요.
(사이)
그때까지도 나는 잘 몰랐어라우. 나중에 너머너머 줏어 들었더니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당께요. 과수댁을 다시 찾아서 그동안 미안했다고 용서를 빌면서 벌었던 돈을 좀 나눠쓰자고 내밀었더니 ‘펄쩍’ 뛰면서 ‘밑천을 잡아서 다행이라’ 고 합디다. 그라고 마음만 받겠다면서 돈을 밀어 냅디다.
꽹과리 자진모리
여러 벗님네들! 나는 어떻게 하면 좋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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