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장수_모노드라마
원작: 오유권 소설 ‘쌀장수’
각색: 공노사노 김병한
참고 인물들
말라꽁이 사내: 지역 상인
윗녘 사내: 타향에서 온 외지 상인
유서방(황새다리): 소금장수
억보: 마을 정의파 젊은이
순댓국집 아주머니
자물쇠 장수
덕수: 말라꽁이 사내 아들
장보는 사람들
시간
1950년대 전반기
장소
영산포
화자
윗녘 사내
[서막: 개괄적인 상황]
무대 조명이 점점 밝아지며 장터의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꽹과리가 울리며 나레이터가 등장하면서 관객에게 오유권 소설 ‘쌀장수’ 이야기를 개괄적으로 소개한다.
나레이터
1950년대 영산포 오일장에는 다양한 상인들이 모여드는 큰 장이 섭니다. 그중 쌀 장사를 하는 두 인물이 중심 갈등을 이룹니다. 지역 장사꾼인 말라꽁이 사내는 쌀가게 자리를 차지하려다 체격이 크고 인기가 많은 외지 장사꾼 윗녘 사내와 갈등을 겪습니다. 윗녘 사내의 넉살 좋은 태도와 경기 사투리로 인한 자신감은 지역 사람들의 호감을 얻게 됩니다. 말라꽁이 사내는 이에 분개하여 주변 주민들과 동료 상인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사이)
동네 사람들인 유서방, 억보, 자물쇠 장수들이 나서서 윗녘 사내를 혼내줄 것을 은근히 기대했지만, 이들 모두 말뿐이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말라꽁이 사내는 술김에 윗녘 사내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물리적 충돌을 각오하지만, 최후에는 윗녘 사내의 사과로 마음을 돌립니다. 말라꽁이 사내는 자존심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했으나, 타협을 통해 평화를 택하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드라마]
화자(윗녘 사내)
무대 한편에서 등장하는 윗녘 사내. 자신의 자리를 준비하며 관객을 향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깨를 으쓱하며) 이 먼 곳까지 와서 장사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디다. 더군다나 영산포는 미곡집산지 아니겠어요. 벼농사의 종주 고을인 이곳에서 다른 품목도 아닌 쌀장사를 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죠. 텃세가 세기로 유명한 영산포 장터에서 쌀을 팔겠다는... 나도 각오를 단단히 했더이다.
처음에는 저도 어려움이 컸어요. 눈길을 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좋은 쌀 받아다가 저렴하게 팔기 시작했지요. 너스레도 떨어가며. 그랬더니 오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더라구요.
말라꽁이 사내와의 갈등
오늘도 목 좋은 데를 골라서 일찍 자리를 맞췄습니다. ‘아주머니, 쌀 사러 나오신뎁쇼. 다 봐도 쌀은 이보다 상품은 없는뎁쇼.’ 쌀을 넌지시 흘려 보이면, 오가는 사람들이 나의 특별한 말투와 너스레에 관심을 보이더군요. 아니, 그보다는 윤기가 도는 쌀이 좋아서였겠죠. 얼마나 공들여 쌀을 골랐다구요.
이렇게 전을 벌리고 있는데…
빼빼 마른 영산포 토박이 한 분이 와서 시비를 걸더라구요. 이곳이 자기 자리라나. 그래서 내가 한 마디 질렀죠. ‘좋도록 나눠봅시다.’하고, 그리고는 쌀을 찾는 사람이 많아 장사에 몰두했네요. 그런데 그 사내가 내가 전을 벌리고 있는 멍석을 잡아 당기길래 살짝 밀었더니 버팅기던 자기 힘에 벌렁 넘어지더라구요.
“네가 이놈아, 어서 궁글어온 놈이라고 본바닥 사람을 함부로 쳐!” 하더라구요.
치긴 뭘 쳐요. 자기가 멍석을 잡아 끄니라고 뒤로 끌다가 넘어졌으면서. 그냥 무시하고 ‘돌같이 깡깡한 쌀입니다. 누구나 한 번씩 깨물어보고 사시요.’ … ‘막 싸구려 판이요…’
흥을 돋우면서 장사에 열을 올리니까 마른 토박이 사내가 씩씩거리며 가더군요. 신경 쓸 것 있어요. 영산포장이 자기 것도 아닌데. 노상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뭐 자리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나중에 알았는데 ‘덕수 아버지'였더라구요.
(사이)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나 때문에 덕수 아버지가 애가 탔던 모양입니다. 동네 청년도 만나고, 같이 장사하는 이웃도 만나서 오늘 일을 하소연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저런다고 생각했으나 내가 너무 했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화해와 이해 - 갈등의 해소
파장 때 덕수 아버지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은 상태로 자신의 자리로 오더군요. 자신의 아들 덕수에게 짐을 싸게 하더군요. 저는 전을 정리한 후 덕수 아버지에게 가까이 갔습니다.
“아저씨, 오늘은 많이 노하시게 해서 대단히 죄송스럽습니다.”
용서를 구했습니다.
덕수 아버지는 대답을 안하고 쳐다만 보시더구만요.
“아저씨 십분 양해하십쇼.”
덕수 아버지가 한참만에…
“그래도 사람이 경우가 있어야 쓸 것 아니요!”
“타향에 와서 벌어먹고 산다는 게 그렇게 됐습니다.”
“허기야 그것은 피차 일반인 처지가 아니요만…”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러면 우리 같이 약주나 한 잔씩 나누십시다.”
머뭇거리시더라구요.
“가십시다…”
잠시 생각하시더니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집의 아이에게 말하더군요.
“덕수야! 그럼 우선 너나 먼저 집으로 들어가거라.”
하시더군요.
우리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목로주점을 향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술자리에서 털어놓는데 호주머니 속에 주머니칼을 쥐고 있었더라구요. 술을 나누면서 둘이 껄껄 웃었습니다. 하마터면 오늘이 내 제삿날이 될 뻔 했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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