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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희곡

오유권 원작, 새로 난 주막 제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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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막

& 돈재 집 / 밤

소쿨례 내외의 계획은 맞아들어 두 달이 지난 뒤에는 주막을 열었다. 돈은 예상했던대로 선애가 부담하고 주막은 돈재가 지었다. 세 사람이 합의해서 잠자리 조건도 변경했다. 본래 5일에 한 번씩 잠자리를 하기로 했던 것을 3일에 한 번씩 자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선애가 돈재에게 부탁했고, 돈재가 소쿨례의 허락을 얻었다. 소쿨례와 선애는 친구 사이에 같은 남자를 섬기니까 끝까지 사이좋게 살자고 약조까지 했다.

소쿨례(혼잣말)

혼자 자려니 허전하네… 선애는 지금 뭐 하까?

자꾸 상상하게 된다. 소쿨례는 머리를 흔들면서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 뿐이다.

소쿨례(혼잣말)

그래도 선애가 나를 성님! 성님! 하면서 존대를 하는 것이 기특하기는 해. (사이) 어제는 버선 한 켤레를 지어가지고 오기도 하고… 선애가 착하기는 해…

소쿨례는 잠을 청한다.

소쿨례(혼잣말)

벌써 석달이나 됐는디. 내일은 주막을 한 번 가볼까… 선애가 바람도 쏘일 겸 한번 오라고 하든디… 그런디 여염집 아낙이 주막을 갈 수가 있어야제. 나를 술집 여자로 알면 어쩔것이여.
(사이)
그래도 내일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한번 보러 가야지…

무대 어두워진다.

& 들머리고개 / 주막

주막에는 좁고 긴 탁자 앞에서 세 사람의 손님이 술을 마시고 있다. 그 안쪽에서 돈재는 찌개를 끓이고 있다. 선애는 반찬을 준비하고 있다가 들어오는 소쿨례를 반가이 맞아들인다.

선애

아고, 성님! 오시네요.

돈재(돌아보면서)

아따, 자네가 다 주막에 나올 때도 있네이!
(사이)
들어가소, 방으로.

돈재는 선애에게 소쿨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라고 눈짓을 한다. 선애는 소쿨례를 방으로 모시려고 나선다.

선애

들어가입시다. 성님!

소쿨례

소쿨례는 선애가 주인이고 자신은 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허전하고 어색하다.

선애

드러가시잔 말이요. 성님!

소쿨례

소쿨례가 어물어물하고 있는 사이에 선애는 새 손님을 접대하고 돈재 곁으로 가서 술 따를 준비를 한다. 소쿨례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본다. 갑자기 두 남녀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니 속이 뒤집힐려 한다.

소쿨례

일들 보소.

소쿨례는 그냥 술청을 나오려고 한다. 그런 소쿨례를 보고 선애가 손님 시중을 들다말고 소쿨례를 향해 온다.

선애(소쿨례 팔을 잡으면서)

아니, 들어가시잔께 어째 그냥 가실라고 그러시오. 성님!

돈재

이 사람아, 좀 놀다 가소.

소쿨례

아니 그냥 가께.

소쿨례는 쫓기듯이 돌아서 나간다.

무대: 어두워지다.

& 돈재 집 / 밤

그동안 잠자리 약속을 잘 지키던 돈재가 이틀이 넘고 사흘이 되도 오지 않다가 술이 취해 들어온다. 소쿨례는 일어나서 돈재를 맞아들인다. 돈재는 소쿨례의 손을 뿌리치고 다짜고짜 소쿨례를 나무란다.

돈재

너 왜 거기까지 와 가지고 방에도 좀 안 들어갔냐.

소쿨례

돈재

술장시가 그렇게 더럽디야. 응? 술장시가 더러워… 왜 방에도 좀 안 들어오고 그렇게 맹숭맹숭 서 있다 그냥 와버렸냐.

소쿨례

당신들이 바뻐서 그랬지 어째라우.

돈재

뭐! 바빠서 그래? 에잇 괘씸한 년! 아무리 그렇지만 주막을 차린 지 석달이 되도록 주막엘 한번 안 나와 보다니… (사이) 나오면 누가 침 뱉을 것 같디야, 응? 이 썩을 년아.

무대 어두워졌다가 밝아진다.(날이 지나 며칠 후에 온 돈재다.)

돈재

안 굶고 사는 것이 누구 덕인디, 네 년이 그렇게 나와, 이년아! 이제 네 년이 나와서 장사를 해라. 처 먹고 놀기만 할 것이 아니라.

소쿨례는 기가 막혔다. 이제는 약속했던 사흘에 한번씩 가기로 했던 선애네에서 아예 뒤바뀌어 소쿨례를 찾는 것이 사흘에, 나흘에, 오일에 하루로 달라졌다. 그것도 오랜만에 와서는 행패만 부린다. 소쿨례는 이러다가 주객이 바뀌겠다 싶어 내일부터라도 주막에 나가리라 작심한다. 돈재가 오지 않은지가 이레는 됐다. 소쿨례는 주막에 나갈 것을 결정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내가 이제는 선애를 데리고 주막에서 일을 처리하는 주인이 되려니하는 생각으로 잠을 청했다.

무대는 어두워진다.

& 들머리고개 / 주막 / 다음날 아침

소쿨례는 아침을 먹고 주막으로 나갔다. 주막에는 돈재와 선애는 없고 모르는 노인 내외가 있다.

소쿨례(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아니, 이 집 주인은 어디 가고 당신네가 여기 있소?

노인(정신 나간 여인을 대하듯이)

우리가 이사 온 지 벌써 닷새째요.

소쿨례

그럼 먼저 있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다우?

노인

서울 어디로 이사 간다고 떠납디다.

무대 막이 내린다. 음악(드뷔시 현악4중주 2악장)이 크레센도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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