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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희곡

오유권 원작, 혈(穴) 제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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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막

일은 해결 기미가 없다. 마포잠방이와 고수머리는 일가친척들과 함께 여러 궁리를 한다. 고수머리는 산소에 기웃거리던 검정조끼를 입은 소년이 의심스러웠다.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소년을 찾아야겠다고 벼렸다.

고수머리

성님! 내가 짐작가는 일이 있구만이라우.

마포잠방이

어디, 생각진데가 있는가?

고수머리

짐작이 가는 데가 있는디, 아직 발설하기는 좀 그렇구만이라우. (사이) 나 갔다가 다시 오께라우.

고수머리는 퇴장한다. 이어서 시우가 선물을 실은 달구지를 몰고 들어온다.

엄시우

어째 아직도 못 잡아겠지라우잉?

마포잠방이

엄시우

참 거, 어떤 몹쓸 사람이 그랬을께라우.

마포잠방이 아내가 술상을 내온다.

마포잠방이

다 운수소관 아니요. 누구를 나물하겄소.

엄시우

아무리 원수니 악수니 해도 남의 묏을 갖다 파부린 사람이 있으께라우.

마포잠방이

그것도 다 업원인 모양이요.

엄시우

그래도 어쨌든 천도가 있는 세상이라. 아무 때 잽혀도 잽힐 것이요.

시우는 3개월 후 이장을 늦출 이야기를 꺼낼 생각으로 말을 부드럽게 이어간다.

엄시우

올 농사는 어떻게 되었소?

마포잠방이

무던한 폭이요.

엄시우

몇 섬지기나 되신 게라우?

마포잠방이

한두 섬지기나 되는 개비요.

엄시우

얼마 안 된 것이지만 저 나락이나 곳간에 넣두이씨요. 그때 웬만하면 미리 말씀을 드리고 묏을 쓸라던 것이 그리 되었소.

마포잠방이

엄시우

저 널리 접어 생각하이씨요.

마포잠방이

묏을이라우?

엄시우

어째, 이 근처에는 별 주점 같은 것이 없지라우?

마포잠방이

예, 호수가 적어놔서…

엄시우

그럼 잠깐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쐬다 오시께라우?

마포잠방이

나는 별 그런저런 생각도 없소.

엄시우

잠깐만 나갔다 오입씨다.

마포잠방이

엄시우

가깝하시고 한디 잠깐만 나갔다 오입씨다.

두 사람 퇴장하고 무대는 어두워진다.

이틀 후

& 마포잠방이 집 / 눈 내리는 마당

엄시우가 광목 두 필, 벼 한 구르마와 돼지 한 마리를 싣고 들어온다. 마루에는 마포잠방이와 고수머리가 술상을 받고 있다.

마포잠방이

지난번에는 실례가 많았소이다. 어서 들어오시요.

시우는 잘 됐다 싶다.

엄시우

어떤이요! 제가 되례 실례가 많았습니다.

마포잠방이

어서 고리 앉읍씨다.(자리를 옮겨 앉으며)

고수머리

어떻게 이런 눈길을…
(사이)
잔, 드입씨다.

시우는 잔을 서슴없이 받는다.

엄시우(짐을 내리는 구르마꾼에게)

자네도 이리 와서 한잔 하소.

잔이 오고가고 한다.

엄시우

어째 그 사람은 아직도 못 잡었지라우잉.

마포잠방이

어디가 잽힐 놈들이 그런 짓을 했을 것이요.
(사이)
뼈라도 어따 묻어뒀으면 쓰겄소만…

엄시우

글쎄 말이요. 묏은 늦팠을지라도 뼈나마 묻어둘 것 아니요.

고수머리

어쨌든 암제라도 잡기는 잡을 것이요.

고수머리는 검정조끼 소년에게서 단서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연중에 자신감을 내비친다.

엄시우

아무튼 천도가 있는 세상잉께…
(사이)
어서들 드입씨다.

시우 자기편에서 술을 권한다.

시우는 벼르던 말을 꺼낸다.

엄시우

덕분에… (사이) 용케 우리 안에서 태기가 있어라우.

마포잠방이

그래라우…

잠시 침묵이 흐른다.

엄시우

그런디 참, 아버지의 이장을…

마포잠방이는 알 것이라도 안 듯, 그리고 미리 이런 경우의 대답을 미리 준비한 듯 말한다.

마포잠방이

그럼 우선은 그대로 두이씨요.

엄시우

그제 그 집에서 한잔 합시다이.

그들은 술집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에야 헤어졌다.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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