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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희곡

오유권 원작, 혈(穴) 제1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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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穴)

원작: 오유권 소설 ‘혈(穴)’(1958.03)

각색: 공노사노 김병한

등장인물

엄시우(35): 종손으로 4대 독자
시우아내
오일도: 엄시우의 외숙
소년
황생원: 풍수
산역꾼들
계장
소리쟁이
상여꾼들
마포잠방이: 최첨지네 종손
마포잠방이 아들
최씨네 일행
무안 최씨네 일행
연중이
마포잠방이 육촌형
고수머리: 마포잠방이 사촌
마포잠방이 숙부
시우 처당숙
조객
귀동: 시우의 아이

대화 중에 나오는 인물

엄상렬: 죽은 전 면장
최씨네 팔대 조부

주요 등장인물 성격

엄시우(35): 전 면장 엄상렬의 아들로 소심하지만 수완을 발휘하는 엄씨네 종손. 남의 선산에 도장한 묘를 지키기 위해 아내의 조언을 얻어 수행한다.

시우 아내: 명당을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엄씨네 종부. 남편 몰래 최씨네 조상묘를 사람들을 시켜 장수산으로 이장한다.

마포잠방이: 최씨네 종손. 밖으로는 드세게 행동하지만, 되도록 다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종가로서 위신 때문에 갈등한다.

고수머리: 마포잠방이 사촌 동생. 불법 분묘 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한다. 문제의 소년을 잡아 분묘 이장의 내막을 알아낸다.

 

1950년대 어느해 가을부터

장소

소롱골 점등 구암봉과 장수산

# 제1막

읍에서 서쪽으로 고개를 하나 넘어가면 점등이라는 장터가 있고 구암봉과 영산강 사이의 소릉골 야산에 있는 최씨네 선산.

& 최첨지네 산소/ 가을 / 산역꾼들

최첨지 8대조 묏머리 위에 새로 들어설 묘를 조성하는 산역꾼들이 일을 하다가 잠깐 쉬고 있다.

산역꾼1

엄씨네 종손이 자식 발복하려고 잡은 자리라고 하데이.

산역꾼2

황풍수하고 2개월을 쏘다니다가 잡았다드만.

산역꾼1

그 집이 손이 귀하긴 해. 오늘 상주가 4대독자라든가.

산역꾼3

그런디 남의 선영 위에다가 써서 되까?

산역꾼2

우리야, 시키는대로 하믄 되지

멀리서 상여 소리가 들린다.

소리쟁이(소리만)

가네가네 아주 가네 우리 동네 엄생원 너와널.

상여꾼들(소리만)

어어허 어어어이야 어허 넘자 너와널.

산역꾼1

이 집이 오대조부 무덤을 다섯 번이나 옮겼다든가?

산역꾼3

고조부는 세 번, 증조부는 열두 번을 옮겼닥하드만

상여 소리가 더 가까이 들린다.

소리쟁이(소리만)

오곡은 도처에 난숙한데 청산고객이 너와널.

상여꾼들(소리만)

어어허 어어어이야 어허 넘자 너와널.

소리쟁이(소리만)

이제 가면 오지 마소 염라대왕과 너와널.

상여꾼들(소리만)

어어허 어어어이야 어허 넘자 너와널.

소리쟁이(소리만)

가세가세 어서 가세 일락서산에 너와널.

상여꾼들(소리만)

너와널 너와널 어리가리 넘자 너와널.

상여에서 내린 널만 무대로 들어온다.

소리쟁이

관음보살

상여꾼들

나무아미타불

소리쟁이

관음보살

상여꾼들

나무아미타불

상주 엄시우가 서두른다. 상여꾼들과 산역꾼들이 협조하여 하관 준비를 한다.

엄시우

어서 끄르고 하관합씨다. 갈 길도들 늦을 텐디.

본래 투장은 하관까지가 힘들다. 일단 하관을 끝내면 아무리 임자가 안다더래도 신체를 함부로 못 들어내는 법이다.

하관을 마치고 산역꾼들은 묘의 때장을 입힌다.

최씨네 일행(소리만)

남의 선영에 도장하지 마라아.
묏 파지 마라아.

최씨네 일행이 들어온다. 손에는 몽둥이가 들려 있고 눈에는 서슬이 퍼렇다. 들일을 하다말고 올라오는 듯 새까만 일옷 상태다.

마포잠방이

누구 허락을 맡고 여그다 묏 쓰냐?

마포잠방이 엄시우를 향해 내려칠 기세다. 시우의 외숙과 처당숙이 가로 막는다.

오일도(시우 외숙)

어허이! 이 사람이 성질도 몹시 급하네 그랴.

최씨일행(오일도를 둘러싸며)

아니, 뭣이라고? 아니, 뭣이여… 응! 성질이 급해?... 당장 신체를 파라. 이 자리에서 살인 날 뎅께.

시우처당숙이 마포잠방이 어깨를 끈다.

시우처당숙

잠깐 이리 오이씨요.

마포잠방이

놔.

시우처당숙

잠깐만 오시란 말이요.

마포잠방이

가기는 어딜 가! 당장 파내지 못해?... 아니, 당장 못 파내!

마포잠방이는 사뭇 소매를 걷어부치면서 몽둥이를 휘두른다. 그러다 소리를 지른다.

마포잠방이

응? 엄가 세력이 지금도 장땅인 줄 아능가. 남의 가문을 무시해도 유만부덕이제. 대낮에 갖다 도장을 해. (사이) 허허, 이렇게 기매킨 꼴이 있을까! (사이) 당장 파내라. 만일 안 파내면 신체가 두 번 죽엄할 것이다. (사이) 네놈들이 면장질을 했으면 장땡인 줄 아냐! 당장 파내라.

마포잠방이 사촌 고수머리가 상주인 시우 멱살을 틀어잡으려 한다. 이것을 오일도가 막는다. 조객 한 사람이 나선다.

조객

이왕 이렇게 된 일 널리 좀 생각하씨요.

엄시우(나직하게)

이왕 이렇게 된 일 잘 좀 생각해주씨요.

이미 하관을 끝냈으니 파내지는 못할것이라는 생각에 한숨을 돌린 표정이다. 미리 각오한 일이라 크게 당황하지 않는 눈치다.

무대 어두워지면서 다투는 소리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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