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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희곡

오유권 원작, 농우부고장(農牛訃告狀) 제1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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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우부고장

원작: 오유권 소설, 농우부고장(현대문학, 1968. 08)

각색: 공노사노 김병한

등장인물

또갑이
또을이
동환이
주막 여인
박 순경
양 순경
용학 양반
중만이
동환이 조카
마을 주민 1, 2, 3

대화 중에 나오는 인물

경운기 등장으로 짐 싣기를 포기한 구르마꾼

주요 등장인물 성격

또갑이: 약간 전답을 갖고 소 구르마를 운영하는 남자. 동생 또을이와 함께 경운기 출현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을이: 또갑이 동생으로 말 구르마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형을 잘 따르는 동생으로 형과 함께 경운기를 모는 동환이와 대적한다.
동환이: 정보에서 지원한 비용과 자비 부담을 합해 경운기를 구입해 운영하는 남자. 경운기가 생산성이 높아 또갑이와 또을이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1960년대 경운기가 처음 보급되던 시기

장소

영산포 인근 지역(이십오리 정도)의 300여 호되는 마을

# 제1막

읍으로 벼 한 구르마를 싣고 나온 또갑이는 탑골 주막에 앉아서 박 순경 사이드카를 기다린다. 또갑이는 동환이 처사에 대해 따지려고 박 순경을 기다리는 것이다.

& 주막

또갑이

안주 존거 없소?

주막 여인

돼지근을 사다놨는디 오늘 장날이라 떨어져분저서라우.

또갑이

달구새끼라도 하나 삶읍시다.

주막여인이 나갔다 온다.

주막여인

주먹만한 것이 한 마리 있긴 헌디.

또갑이

그놈이라도 뜯읍시다.

박 순경 사이드카 소리(음향)가 난다. 사이드카가 소 구르마 앞에 와서 멈춘다. 또갑이 주막 문턱으로 내려서고 박 순경은 사이드카에 한 발을 걸치고 묻는다.

박 순경

구르마 당신 거야?

또갑이

안녕하심녀.

박 순경

이런 데다 매두면 안 되지.

또갑이

오십쇼. 약주 한잔 하시게.

박 순경

짐 끄는 사람이 술 살 돈 있어.

또갑이

구르마꾼이라고 그런 돈 없을지 아요. 오십쇼.

박 순경이 사이드카를 끌어다 뒤편에 세우고 마루로 오른다.

또갑이

까치메 사는 김또갑입니다.

박 순경

공안계 박 순경이요.

또갑이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박 순경

천만의 말씀이요.

또갑이

이런 데서 죄송합니다.

또갑이 박 순경에게 술을 권한다. 박 순경은 술을 들이킨다.

또갑이

경운기는 도대체 뭣하라는 것이요?

박 순경

뭣하라는 것이라니?

또갑이

땅을 갈라는 것이요? 짐을 실어 나르라는 것이요?

박 순경

땅도 갈고 짐도 싣지 뭐.

또갑이

짐은 어떤 짐을 싣소?

박 순경

농사짓는 데 필요한 짐을 다 싣지 뭐.

또갑이(아는 척 하며)

운수법상이나 국가에서 보조해준 것으로 봐선 영리 목적을 위해서 짐을 실으란 것은 아니지 않소.

박 순경이 멈칫 당황한다. 이 한계를 명백히 안 가려본 것이다. 박 순경이 생각해도 또갑이 이야기가 일리가 있다. 운반에 편의를 제공한 것이지 영리행위를 하라고 내준 것은 아닐 것 같았다.

박 순경

영리 목적으로 운반하는 사람이 있소?

또갑이

있다 뿐입니까. 날마다 영산포읍에까지 짐을 안 싣고 나옵니까.

박 순경(직감적으로)

그건 안 되는데.

또갑이

그럼 왜 방치해두고 있습니까?

박 순경(말투를 달리하며)

그런 실정은 미처 몰랐소.

또갑이

까치메 윗동네 사는 나동환이란 사람이 경운기로 영업을 한닥 말이요. 단속 좀 부탁합니다.

박 순경

그래, 알았소.

또갑이

이러다간 소갈이는 물론 마바리도 굶어죽게 생겼소.

박 순경

알았소.

박 순경은 다시 막걸리 한 잔을 들이킨다. 또갑이는 닭다리를 얼른 집어 박 순경에게 건넨다.

무대 어두워진다.

& 길 거리

또갑이가 구르마를 몰고 간다. 뒤에서 동환이 경운기가 다가온다. 또갑이 구르마를 추월하려는 것이다.

또갑이

이라야! 쩟쩟.

동환이

탈탈탈탈…(음향)

또갑이(혼잣말)

이놈 보자!

또갑이는 소의 잔등머리를 채찍으로 갈긴다.

또갑이

가자, 이놈의 소야

어느덧 경운기가 다가오자, 또갑이는 소를 길 가운데로 몬다. 경운기 추월을 막겠다는 것이다.

동환이

안 비킬래?

또갑이

동환이

안 비켜?

또갑이는 못 들은 척한다. 동환이는 운전대를 놓고 내려온다. 또갑이도 소의 멍에를 내려놓고 돌아선다. 둘이는 서로 척을 지면서 주막으로 간다.

또갑이

술 한 잔 주시요.

동환이

자네 꼭 그러긴가?

또갑이

나도 옹니가 돋은 놈이여.

동환이

그러지 마소.

또갑이

밥그릇 뺏어가는디 눈감고 있을 놈이 어딨어.

동환이

무슨 짐을 실으면 어째서?

또갑이(믿는 구석이 있다는 듯)

그 짓이 오래가는가 봐라.

동환이

턱도 아닌 소릴…

동환이는 턱을 파르르 떤다.

동환이

마을 사람들이 요청하니까 내가 나선 것이제, 자네 밥그릇을 내가 뺏았능가? 움직이는 기계가 빠른께 사람들이 고른 것이제. 누가 느리고 비싼 구르마를 쓴단가. 경운기에 싣제… 사람들이 다 말해…

또갑이

밭가는 기계를 가지고 운수 영업을 하면 안 되제.

동환이(구르마가 느리다고 다시 강조)

누가 느리고 비싼 구르마 쓴단가, 경운기에 싣지.

그도 그럴 것이 구르마에는 겨우 천사오백 근 정도밖에 못 싣는데 그 운임은 천 원이다. 게다가 운반하는 시간도 하루가 다 걸린다. 이에 비해 경운기는 이천 근을 싣고도 구백 원이다. 게다가 한나절이면 읍까지 왕복한다.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동환이

글고 개인 이득만 따질 것이 아니제, 마을 부흥도 생각해야 된당께.

말문이 막힌 또갑이는 운수업까지 할 수는 없다고 막아 서는 것이다.

또갑이

그래도 경운기로 운수업까지 하게 됐는가? 안 되제.

동환이

운수업을 하지 말라는 법은 또 어딨단가?

또갑이

농로에서 운반만 하지 국도까지 나와서 영업행위를 하게 돼 있어?(소리를 높힘)

동환이

자네는 법도 잘 아네.

또갑이

법 아니라도 이치상 그렇잖은가. 자네 한 사람 때문에 몇 사람이 희생된지 아는가.

동환이

삼백 호 마을이 다 편리한 것은 안 생각하고.

또갑이가 술잔을 거칠게 밀면서 말도 거칠어진다.

또갑이

니가 이 새끼. 니 돈 벌라고 경운기 사왔지 마을 사람들 생각해서 사왔냐.

동환이(악에 받혀)

너는 그럼 마을 사람들 생각해서 소 부리냐.

또갑이(동환이 멱살을 잡고)

나와, 이 새끼!

동환이(같이 붙들고)

요새끼 봐라!

무대: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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