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우부고장(農牛訃告狀)
이 작품은 1960년대 초반, 경운기가 농촌 사회에 처음 보급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전통적인 농경 방식과 기계화된 근대화의 충돌을 그린다. 영산포 인근의 300여 호가 사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소와 말을 이용한 전통적 구르마 운영자들이 경운기의 등장으로 생계를 위협받으며 겪는 갈등과 비극을 담고 있다.
줄거리
주인공 또갑이는 소를 이용해 짐을 나르는 구르마꾼이다. 그는 동생 또을이와 함께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운기를 이용해 짐을 나르는 동환이의 등장으로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경운기의 생산성은 소나 말을 이용한 구르마를 압도적으로 뛰어넘었고, 낮은 운임과 빠른 운송 속도는 마을 주민들로 하여금 경운기를 선호하게 만든다. 또갑이는 동환이가 경운기를 이용해 영리 목적의 운수 영업을 하고 있다며 경찰(박 순경)에게 단속을 요청하지만, 마을 공동체 내부의 갈등은 점점 격화된다.
또갑이와 또을이는 구르마꾼들이 모인 회의에서 경운기 사용을 제한하는 항의서를 작성한다. 이들은 경운기의 본래 목적은 농토 경작과 농산물 운반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경운기를 이용한 운송 영업은 불법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동환이는 경찰(양 순경)에게 경운기 사용의 적법성을 확인받고, 여전히 경운기를 이용해 장짐을 나르는 일을 계속한다. 또갑이는 자신들의 항의가 무력하다고 느끼며 동환이와의 갈등이 깊어져 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운기와 구르마의 경쟁은 심화된다. 경운기의 편리함과 저렴한 비용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주민들이 경운기를 이용하고, 구르마 운영자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간다. 동환이와 또갑이는 도로와 주막에서 여러 차례 충돌하며 서로를 비난한다. 동환이는 또갑이가 경찰을 매수했다고 의심하고, 또갑이는 동환이가 양 순경과 결탁했다고 여긴다. 두 사람의 갈등은 마을 공동체의 분열을 심화시키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또갑이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그는 구르마꾼들과 쟁기질꾼들을 모아 소와 말을 동원한 시위를 벌인다. 마소들을 도로에 세워 경운기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막으며 항의의 뜻을 표한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해산시키고, 동환이는 경운기를 몰고 마을을 나간다. 분노와 절망에 휩싸인 또갑이는 자신의 소를 도끼로 내리쳐 죽인다. 그는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던 소를 죽임으로써,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작품의 의의
이 작품은 전통적 농경 방식과 기계화의 도입이 초래한 갈등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근대화 과정에서 전통이 몰락하는 모습을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소는 농촌 공동체의 순수성과 전통을 상징하며, 또갑이가 소를 죽이는 장면은 전통의 종말을 암시한다. 반면, 경운기는 효율성과 생산성의 상징으로 등장하지만, 한편으로는 농촌의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작품은 전통과 근대의 충돌, 생존과 윤리적 갈등, 그리고 농촌의 변화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기술 발전의 관계를 성찰하게 만든다. 결국, 근대화의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가져오는 이익과 피해를 다각도로 바라보게 하며, 기술 발전이 공동체와 인간성에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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