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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희곡

오유권 원작, 옹배기(제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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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막

& 품앗이 밭 / 풍월댁과 반촌댁

풍월댁

용애매.

반촌댁

왜?

풍월댁

새집댁의 그 옴배기 마시.
…(잠깐 사이를 두고)
내가 엔만하면 이사 갈 때, 나 주고 가락 했더니. 새 값을 다 주락 하드란 마시… 텀턱스럽게 삼백 환이나 주락 하드란 마시… 그래 어디 말이나 붙여 보것등가?... 그래 구만두자고 해부렀네.

반촌댁이 전에 턱골댁 반상을 중간에 가로챈 적이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이번 옹배기는 살 염두가 나지 않게 풍월댁이 얄팍한 전략을 짠 것이다. 그러나 반촌댁은 ‘아차’ 싶지만 풍월댁이 얘기한 가격 ‘삼백환’에는 믿음이 없다.

반촌댁(심드렁하게)

그래잉.

풍월댁

암만해도 장에 가서 새것 산 것이 더 낫것데.

무대 어두워진다.

& 새집댁

반촌댁이 들어선다.

반촌댁

참 집이 이사 가신다맹요?

새집댁

예, 오랫동안 신세를 많이 끼쳤소. 한 이삼일만 있으면 신북으로 갈라우.

반촌댁

참 섭섭하게 되었소.

새집댁

말씀이라도 감사하요. 그라나 벨반 먼 디가 아니니까 종종 만날 테지라우.

반촌댁

암 그라시고 말고라우… 그란디 집이 저 반동우들이 물옴배기는 파실 것이요?

새집댁

옆집 풍월댁이 하도 폴라고 해싸서 이백오십 환만 주락 했드니 또 한사코 이백 환에만 달라고 해싸서 이태껏 지내던 정리도 있고 해서 그냥 그래 두라고 했소.

반촌댁은 자기 짐작이 어김없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내 입을 갖다 넌지시 새집댁의 귀 가까이 대고 나직이 말한다.

반촌댁

돈 십 환 더 붙여디리께 나 주씨요.

새집댁(반촌댁을 힐끗 돌아보면서)

사람이 돈 십 환 사이에 그래서 쓴다우! 놈에게 인심 잃고 못 써라우.

반촌댁

아, 나, 다 깨진 으등가리 같은 것으로 쓰고 있응께 그라요. 나 주씨요.

새집댁

그래도 못써라우.

반촌댁

그람 삼사십 환 더 얹어서 집이가 말한 대로 다 디리께…

새집댁이 여전히 새침해 있다.

반촌댁

아. 그람 되지 않것소! 이백오십 환에 그냥 나 주씨요.

새집댁이 약간 누그러진다. 그것을 눈치챈 반촌댁이 다그친다.

반촌댁

예. 새집댁… 그렇게 하씨요. 나 이백오십 환 다 디리께. 이백오십 환.

새집댁이 더 누그러진 표정이 된다.

반촌댁(반 승낙은 받았다는 투로)

꼭 그렇게 하시게라우잉.

반촌댁은 돈을 가질러 나간다.

새집댁 입장에서는 오십 환이면 어린애들 감자 한 꼬챙이라도 더 사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들은 소문에 전에 살던 턱골댁네 반상을 돈 삼십 환 차이에 반촌댁에 넘겨 욕을 남겼다는 얘기가 생각이 나서 꺼려지기도 한다.

반촌댁이 돈을 쥐고 다시 돌아온다.

반촌댁

우선 이놈만 받아두씨요.

하는 사이에 풍월댁이 들어온다.

풍월댁

새집댁 진지 잡사겠소?

풍월댁 오는 소리에 돈을 내놓으려던 반촌댁이 손을 감춘다.

반촌댁

자네도 마실 나오능가?

풍월댁

워이. 일찍 나왔네잉.

두 여인 모두 때를 잘못 맞춰서 왔다는 생각을 한다. 풍월댁도 미리 계약금 조로 얼마를 준비해 온 것이다. 두 사람 엉거주춤 상대 태도를 보다가 반촌댁이 먼저 일어선다.

반촌댁(풍월댁을 향해)

나 먼저 일어서께 놀다 가소.

반촌댁이 나가자 풍월댁이 새집댁을 향해 다가서면서 돈 이백 환을 건넨다.

풍월댁

애씨요. 아무 때라도 디릴 것. 그렁께 우선 받어두씨요.

새집댁(손을 털며)

당장은 아숩지 않응께 거기 놔두씨요.(아직 받지 않을테니 그대로 갖고 있으라는 의미)

풍월댁

마치 한가지 아니요. 그냥 넣어두씨요.

풍월댁이 새집댁 손에 돈을 쥐어주려고 하고 새집댁은 그 돈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새집댁

염려 말고 그냥 놔두씨요.

풍월댁

그람 꼭 믿소잉.

무대 어두워진다.

& 새집댁 / 이튿날

반촌댁이 들어선다.

반촌댁

애씨요. 우선 이 돈만 받어두씨요.

새집댁

있다. 갈 때 하게 거기 놔두씨요.

반촌댁은 새집댁 손에 돈을 쥐어주려고 한다.

반촌댁

아따! 마찬가지 아니요. 그냥 놔두씨요 그랴.

반촌댁이 건네려던 돈을 새집댁 앞에 휘딱 던지고 나가버린다.

새집댁(혼잣말로)

참, 억척스런 여자들도 다 보겠네.

새집댁은 생각을 한다.

새집댁(혼잣말로)

이렇게들 싸울 바에야 저 옴배기를 선이네를 주고 가야 쓰겄다. 꾸어 먹은 쌀 대신에…

무대 어두워진다.

& 반촌댁 밭 / 밭 매는 두 여인

맞은 산 소나무 그늘에서 꾀꼬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잿골로 넘어가는 샛길 위에는 이른 장꾼들이 너더댓씩 짝을 지어 걸어간다.(새 소리 음향)

반촌댁

오례네야.

풍월댁

왜?

반촌댁

이제 새집댁이 그 옴배기 새 값을 다 주락 하데잉.

풍월댁

금매 마시.

반촌댁

그래 나도 엔만하면 사둘까 하다 그만둬부렀네.

풍월댁

금메 나도 그래서 그만둬부렀단 마시.

두 여인 모두 속으로는 그 옹배기는 자기 것이 됐다고 생각하면서 기쁨이 솟는다. 두 여인 모두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 새집댁 / 이사짐 싸느라 분주

반촌댁과 풍월댁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새집댁에 들러 이삿짐 싸는 것을 돕는다. 이어서 풍월댁이 장독대 위의 예의 그 옹배기를 보고 선뜻 그리로 간다.

풍월댁

새집댁 나, 이 옴배기 집으로 갖다 둘라우잉?

반촌댁이 깜짝 놀란다.

반촌댁

이 사람아! 이 옴배기 내가 사기로 한 것일세.

반촌댁이 옹배기를 잡아 당긴다.

풍월댁

별말을 다 하네. 내가 사기로 한 것일세.(옹배기를 잡아 당긴다.)

반촌댁

아니, 내가 언제부텀 맞춰났다고 근가! 내놓소. 이리.

풍월댁

별소리를 다 하네. 자네는 그 깨진 옴배기라도 있지 않능가! 욕심 부리지 말고 내놓소, 이리.

말이 저절로 투박해진다.

반촌댁

내놓소, 이 사람아.

풍월댁

아니, 정 이라긴가!

두 여인 얼굴이 빨개진다.

반촌댁

놓게, 이 사람아.

풍월댁

아, 놓란 마시.

그러다 마침내 반촌댁이 장독을 비우고 있는 새집댁에게 말한다.

반촌댁

새집댁, 이 옴배기 누구한테 주기로 했소?

새집댁이 입을 뭉당해가지고 ‘한심하다’는 듯이 두 여인을 둘러본다.

새집댁

나는 집이들께 꼭 폴겄단 말, 안 했어라우. 꿔 묵은 쌀 대신 선이네 줄라우. 이리들 내놓씨요.

무대가 어두워진다. 로시니 -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이 흐른다. 풍월댁과 반촌댁이 서로를 쳐다 보면서 어이 없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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