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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희곡

오유권 원작, 참외(제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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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권 원작, 참외(제3막)

# 제3막 과수댁과 장사꾼 사내의 재회

& 과수댁 집 / 방안

과수댁은 몸져 누워 있다. 옆구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키다 다시 눕는다.

과수댁(아이들을 향해)

아야, 용산댁 아직 그 외막에 안 나왔냐?

과수댁(아이들을 향해)

그 장사하는 남자는 오늘도 안 지나가디야?

무대가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하면서 날이 흐름을 암시한다.

& 과수댁 집 / 열흘 후

용산댁이 들에 나왔다. 그동안 친정아버지 상고를 치르고 오랜만에 나타난 것이다. 용산댁을 본 과수댁은 몸을 일으켜 용산댁에게 가려고 한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 지나가는 용산댁을 향해 말한다.

과수댁(손을 흔들면서 오라는 표시를 하지만 말은 힘이 없다)

용산댁! 이리 좀 오씨요. 나하고 이야기 좀 합시다.

용산댁(눈을 흘깃거리며)

나는 집이하고 할 말도 없소.

용산댁은 무대에서 사라진다.

무대가 다시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하면서 날이 흘러감을 암시한다.

& 용산댁 외밭

외밭 끝물을 정리하는 용산댁과 그 남편이랑 식구들이 있다. 한쪽에서는 과수댁 아이들도 이삯을 주우려고 한쪽에서 어물거리고 있다. 이때 김평장 쪽에서 장사꾼 사내가 신작로에 등장한다. 장사꾼을 본 용산댁이 당황해한다. 짐을 꾸려 자기 집 쪽으로 다급하게 사라진다. 사내는 과수댁 아이들에게 반갑게 ‘잘 있었냐고’ 하면서 호주머니에서 과자 몇 개를 꺼내 주고는 과수댁 집으로 향한다.

무대 어두워진다.

& 과수댁 마당과 안방

사내가 등장한다. 사내를 본 과수댁이 소스라치듯 놀라면서 일어난다. 문고리를 틀어 잡고 밖으로 나오려 하다가 주저 앉는다. 사내는 영문을 모르고 당황한다.

장사꾼 사내

참 오랜만인디, 아니, 그동안 어디가 편찮았습디여?

과수댁

몸이 좀 불편해서 그라요. 우선 이리 좀 결쳐 앉읍시다.

과수댁은 젖어오는 눈시울을 한 손으로 가린다.

과수댁(더듬거리며)

그런디, 저, 사내 양반…

장사꾼 사내(걱정스런 태도로)

아니, 언제부터 앓아누웠습디여?

과수댁

한 달포 저쪽부터 옆구리가 좀 결리는디 대단치 않습니다. 그런디, 저 사내 양반…

과수댁은 종내 당신과 나 사이에 이러이러했다는 말은 하지 못한다. 아니 나오지 않는다.

장사꾼 사내(안타까운 표정으로)

거참, 미음 한 그릇 끓여줄 큰아이도 없이 홀몸이 되었소…

과수댁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 그런디… 참, 그동안 어디 딴 디로 가셨습디여?

장사꾼 사내

예. 나, 그때 장사에서 실패를 본 뒤로 동행을 따라 여수로 어물 장사를 두어 번 갔다 왔었어라우. 그래, 또 밑천을 좀 잡었는디 다시 여기서 되내기 장사나 해야 쓰겄소.

과수댁(반가운 표정으로)

그래라우잉.

무대가 밝아진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흐르면서 무대가 어두워진다.

조명은 두 사람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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