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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희곡

오유권 원작, 참외(제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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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권 원작, 참외(제2막)

# 제2막

& 김평장 다리목께

신동댁네 조카와 머슴이 참외를 파는 노인을 탐문한다.

신동댁네 조카

노인양반. 이 외 어디서 사겠습디껴?

노인

저쪽 나루께 포전에서 샀소. 어째 외를 좀 쓰실라우?

신동댁네 조카

아니라우. 알아볼 일이 좀 있어서 그런디. 나루께 어느 외밭에서 사겠소?

노인

알아볼 일이 무슨 알아볼 일이요. 저 나무께서 샀소.

신동댁네 조카

금매 좀 알라고 그요. 어느 밭에서 사겠소?

노인(핏대를 올리며)

아니, 누구를 도둑으로 아요! 알아볼 일은 무슨 알아볼 일이요.

신동댁네 머슴

아니, 노인양반. 그렇게 성낼 필요가 뭐 있습니껴? 이 물건이 수상해서 그러니 그 외밭을 좀 대주씨요.

노인(얼굴이 빨개지면서)

염려없는 물건인디. 왜 이러시요.

신동댁네 조카(노인 손을 끌면서)

그럼 가 대봅시다.

노인(손을 빼면서)

아침에 물건을 받았소. 한 장사꾼이 참외 한 짐을 가지고 왔기에 받았단 말이오. 뭐가 잘못이오.

신동댁네 조카

그럼 한 접에 얼마씩 줬소?

노인

좀 싸게 해서 팔백 원씩 줬소.

신동댁네 조카

그럼 그 사람이 어디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디여?

노인

아마 이 근처 사람 같은디, 어디서 사는지는 모르겄습디다.

신동댁네 머슴

그럼 나이는 몇 살이나 묵고 얼국 같은 것은 어떻게 생겼습디여?

노인

스무 살 남짓 돼 보이는 청년이든디. 국방색 양복을 입고 얼굴은 누루퉁퉁합디다.

신동댁네 조카

나중에 그 사람을 만나면 알려주쇼. 아니면 영감님도 일 날 것이요.(겁을 준다.)

무대: 어두워진다.

& 과수댁 집 앞(3일 후)

신동댁이 새침한 표정으로 과수댁을 찾아온다. 과수댁이 마당에서 신동댁을 맞는다.

신동댁(과수댁을 다잡듯이)

아니 과수댁! 이 앞서 밤에 과수댁이 우리 외밭에 들어갔었다면서라우?

과수댁(깜짝 놀라면서)

웬이라우! 뉘가 그럼디여?

신동댁

다. 본 사람이 있습디다. 김평 어느 장사꾼 남자 한 사람을 끼고 했담서라우?

신동댁(입술을 몽당해가지고, 나직이)

한번 잊어묵은 것 도로 찾을랍디여만은 바른 대로 이야기나 해보쇼.

과수댁(무슨 그런 말이 있느냐는 듯 펄쩍 뛰면서)

어따어따! 신동댁, 뉘가 그런 말을 합디여 예?

과수댁이 잠깐 생각에 잠기다가. 이어서 생각났다는 듯이…

과수댁

나, 아닌 것 아니라 참외 세 개는 받은 일이 있소. 사실은 자주 다니는 되넘기 장사꾼이 아이들 굶기는 것을 보고 계산은 나중에 치르겠다고 참외 세 개를 따왔오. 말렸는디 기어이 아이들 손에 쥐어 줍디다. 계산을 한다기에 별 일 없겠거니 하는 일 밖에는 없소. (잠깐 쉬었다가) 그것도 나는 애당초 안 받을라다가 그이가 막무가내로 떠맡기는 바람에 헐 수 없이 받었소. 뉘가 그런 얼을 입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믿는 처지에 그래서는들 못쓰는 법이요.

신동댁(오만상을 찌뿌리며)

그것부터서가 벌써 의심받을 일 아니요. 그 남자가 멋 났다고, 집에다 외를 따다준단 말이요. 그것뿐만 아니라 그날 밤에 집이서 밤늦게까지 수군거리다 가는 것까지 봤다고 합디다. 그래, 그 뒷날 김평 장에까지 가서 다 뒷조사를 해보고 하는 말이요.
(이어서…)
과수댁도 알고 보니, 홀몸이 아니고 진작부터 그 남자와 내통이 있었다 합디다 그랴.

과수댁(경련을 일으키며)

오메!(중치가 막혀 말을 잇지 못한다.)
(이어서…)
허허이! 내가 내통을 한다고라우. 내통을! 내통을 하고 지낸 남자가 있다고라우. 그리고 그 남자를 끼고 외까지 도둑질해 묵었다고라우. 이런 사람 죽일 소리 들어봐라~(주위를 둘러보며 소리를 친다.) 신동댁, 뉘가 그럽디여? 지금 당장 가서 대봅시다.(신동댁 손을 잡아 끈다)

신동댁(손을 뿌리치며)

허기는 뉘가 그래라우. 다 본 사람이 말하제.

과수댁

금매 뉘가 그럽디여? 신동댁~!(소리가 올라간다)

신동댁(참다 못해)

바로 윗밭 용산댁이 그럽디다. 그날 밤에 자기 외막에서 모깃불을 피다 우리 밭에서 외를 따다주는 것도 보고, 밤 늦게까지 수군거리다 가는 것도 봤답디다. 진작부터 내통이 있는 것도 잘 안닥 합디다.

과수댁이 가려는 신동댁을 붙잡으려하고, 그것을 피해 신동댁이 한마디 보탠다.

신동댁

과수댁이 그런 사람인줄 몰랐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드니.

과수댁은 용산댁 외막으로 부리나케 쫒아간다. 용산댁 외막은 비어있다. 돌아오다 밭두렁에 걸려 넘어진다. 다친 옆구리를 손으로 잡고 어렵게 되돌아온다. 거의 실신 상태로 돌아온 과수댁은 드러눕는다.

무대: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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