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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희곡

한국 근대문학의 성소(聖所) ― 김우진의 ‘초혼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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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문학의 성소(聖所) ― 김우진의 ‘초혼묘’를 찾아서

전라남도 무안군 청계면 월선리 몰뫼산. 낮고 완만한 산이지만, 이곳에는 한국 근대문학의 비극적 인물이자 신극운동의 선구자인 김우진(1897~1926)의 초혼묘가 있다. 마을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외딴 산 정상에 자리한 이 묘는, 잡초에 덮여 조용히 세월을 견디고 있다.


1. 몰뫼산의 외로운 묘

몰뫼산은 청계면 월선리 마을 뒤편에 있는 해발 200m 안팎의 낮은 산이다.
정상부 평지에는 상석 하나가 놓여 있고, 희미하게 ‘김우진지묘(金祐鎭之墓)’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등산로가 없고 이정표도 없어, 묘에 이르려면 마을 뒤편 능선을 따라 약 30분가량 걸어 올라야 한다.
벌초되지 않은 묘 주변에는 잡풀이 무성하지만, 그곳에 서면 남쪽으로 목포와 바다가 멀리 내려다보인다.

무안 청계 원선마을회관 주변


2. 김우진의 생애

김우진은 1897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목포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구마모토농업학교와 와세다대학 영문과에서 공부했다.
귀국 후 영농사업을 경영했으나 문학에 전념하여 시, 희곡, 평론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대표 희곡에는 〈이영녀〉, 〈정오〉, 〈난파〉, 〈산돼지〉 등이 있으며,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내면을 표현주의 기법으로 다루었다.
그는 한국 신극운동을 주도하며 연극과 문학의 근대화를 위해 힘썼다.


3. 비극적 결말과 초혼묘

1926년 8월, 김우진은 가수 윤심덕과 함께 현해탄에서 생을 마감했다.
두 사람의 시신은 찾지 못했으며, 훗날 가족이 혼을 불러 세운 묘가 지금의 몰뫼산 정상 초혼묘다.
묘의 자리는 김우진이 문학 활동을 펼쳤던 목포와 가까우며, 그의 생애와 예술혼을 상징적으로 품고 있다.


4. 문학사적 의미

김우진은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자유로운 인간과 새로운 예술을 꿈꾼 작가였다.
그의 작품은 당시의 계몽주의나 감상주의를 넘어, 근대적인 인간의 자각과 사회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몰뫼산의 초혼묘는 그가 남긴 사유와 예술정신을 기억하게 하는 한국 근대문학의 상징적 장소다.


등산객의 발길이 드물고 안내 표지 하나 없는 곳이지만, 그 고요한 산 정상은 여전히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몰뫼산의 초혼묘는 잊힌 무덤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 살다 간 예술가의 혼이 머무는 자리이자 한국 근대문학의 성소(聖所) 로 남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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