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쑥골의 신화' 정리
희곡 ‘쑥골의 신화’는 1950년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이념 대립과 전쟁의 상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갈등과 번민을 그린 작품이다.
배경과 발단
작품의 무대는 전쟁으로 인해 혼란과 불안이 가득한 시골 마을 쑥골이다. 경찰이 마을을 수복하고 피란 갔던 우익 인사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과거 행적을 두려워하며 불안에 떤다. 전쟁 중 많은 주민이 좌익 활동에 가담했거나 협력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도피하거나 숨을 곳을 찾지만, 주인공 진오는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 믿고 피난을 거부한다.
진오는 한때 민청에 가입해 활동한 적이 있고, 가산 몰수와 궐기대회에 가담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염동수 가족이 살해되던 밤에는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굳게 믿고 도피하지 않고 마을에 남아 있다. 하지만 진오의 아버지는 현실적이고 신중한 태도로 도피를 권유한다. 반면 진오는 끝까지 피난을 거부하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염동수는 부유한 집안의 장손으로, 평소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유지들과만 가까이 지냈다. 그는 반동분자로 몰릴 것을 우려해 피란을 떠났지만, 그 사이 가족이 몰살당하는 비극을 겪는다. 특히 그의 아버지 한세 노인은 아들의 피난을 권유하면서도 자신은 늙고 죄가 없다며 마을에 남아 학살당한다. 염동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분노에 휩싸여 복수를 결심한다. 그는 가족을 죽인 자들을 색출하고 처벌하기 위해 지서에 명단을 제출하며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다.
전개
진오는 결국 경찰에 체포되어 취조를 받는다. 그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경찰은 목격자가 있다며 강압적으로 자백을 요구한다. 진오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결백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유일한 알리바이는 여동생의 친구 이삐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
진오의 여동생 순금은 오빠를 구하기 위해 이삐에게 증인을 서 달라고 요청한다. 이삐는 진오가 자신과 함께 밤을 보낸 것이 사실임을 알고 있지만, 증언을 망설인다. 그녀는 증언에 나섰다가 자신의 평판에 손상이 가거나 혼삿길이 끊어질까 봐 두려워한다. 한편, 염동수 가족의 희생에 대한 죄책감과 마을 사람들의 눈초리도 그녀를 주저하게 만든다.
이삐는 도덕적 책임과 개인적 불이익 사이에서 깊은 번민에 빠진다. 그녀는 증언이 진오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사회적 시선과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갈등한다. 결국 여러 고민 끝에 이삐는 증언을 결심하며 진오의 결백을 밝히기로 한다.
작품의 의의
이 작품은 전쟁과 이념의 대립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잔혹하게 뒤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선택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두려움을 드러내며, 정의와 생존 사이에서 갈등한다. 진오의 억울함과 이삐의 번민은 당시 시대 상황에서 누구나 겪었을 법한 현실적 고민을 상징한다.
작품은 도덕적 책임과 인간의 양심, 그리고 전쟁이 남긴 상처를 주제로 삼는다. 이념의 폭력으로 인해 파괴된 공동체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인들의 갈등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염동수의 복수심과 진오의 결백 주장, 이삐의 도덕적 번민은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압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결국 ‘쑥골의 신화’는 전쟁과 이념이 남긴 상처를 통해 양심과 정의, 그리고 인간의 연대에 대해 묻는 작품이다. 진오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과정과 이삐의 선택은 도덕적 책임과 용기를 강조하며, 독자들에게 전쟁의 상흔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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