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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권 원작, 농민과 시민 제4막
# 제4막
경천이는 이장과 동네 청년들과 다짐을 했어도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백사장에 노송나무가 서 있는 한 피서객이 떠나지 않을 것 같은 것이다. 벌목 허가를 맡건 못 맡건 몇 나무만이라도 쳐버리리라 마음을 먹는다. 경천은 하현달이 뜨기를 기다려 톰을 들고 집을 나선다.
& 가운데 들 / 이틀 후
경천이와 민태는 오늘도 품앗이 물을 품는다.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다. 가뭄을 이기기 위해 모두 나선 것이다. 양수기는 양수기대로 통통거리고 사방에서 두레질을 한다. 아낙네 어린이들은 양철동이와 세숫대야로 물을 나르기도 한다.
민태
또 시작해보세.
경천과 민태는 두레줄을 잡고 자리한다.
경천
어레 하나라.
민태
어레 둘이라.
경천
어레 셋하고.
민태
어레 넷하니.
경천
어레 다섯이라.
경천이는 두레질을 하면서 들에 나온 청년들을 세어본다. 삼동이, 기수, 인곤이, 병삼이 등이 보인다. 그 외에도 멀리서 일하는 청년들을 합하면 합해 여덟명은 되리라 짐작된다. 사세가 불리하면 그리그리 연락해서 다 모이기로 한 것이다. 피서객이 오늘도 몰려오면 기어코 청년들이 나서서 몰아내자고 한 것이었다.
무대 어두워졌다 밝아진다. 시간이 지났다.
민태
이백다섯.
경천
이백여섯.
민태
이백일곱.
경천
이백여덟.
두레를 잠시 쉬던 민태가 경천에게 작은 소리로 묻는다.
민태
저 소나무 자네가 베었제?
경천
…(눈만 쨍긋해 보인다.)
민태
서에서 알면 어쩔라고 그랬는가?
경천
소나무가 없어야 피서객들이 안 온다 마시. 팔아서 새마을 자금에 보태 쓰제 어째.
민태
저것 좀 베었다고 올 사람들이 안 오겄는가.
경천
하나의 경고시.
민태
그나저나 저 나무들을 처치해야 할 것인디…
경천
이장이 처치하겄제.
피서객들이 백사장에 들어선다. 오늘은 세 패가 밀어닥친다. 그들은 노송나무 그늘을 비롯해서 백사장, 강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들어찬다. 발가벗고 모래찜을 하는 사람, 헤엄치는 사람, 장구를 치고 춤을 추는 사람, 확성기를 달아놓고 노래자랑을 하는 사람 등 가지가지이다.
민태
야! 장관이군.
경천
다들 오라고 하소. 몰아내세.
민태는 동료를 부르러 가고 경천은 백사장을 향한다. 이장도 백사장 쪽으로 이동한다.
& 백사장
이장이 노래자랑하는 곳으로 가서 주최측에 양해를 구한다. 이장이 마이크를 잡는다.
이장
이곳에 놀러 오신 피서객 여러분께 알립니다. 피서객 여러분께 알립니다. (사이) 이 사람은 이 마을 이장이올시다. 아뢰올 말씀은 다름이 아닙니다. 지금 이 지역은 심한 가뭄으로 물 품기 작전에 총동원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노시는 것은 좋지만 농민들의 노고와 사기를 생각해서 조용히 질서 있게 놀아주시기 바랍니다. 부탁합니다.
경천(혼잣말)
말씀 잘 하시네.
피서객들은 이장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여전히 그대로 놀고 있다. 이장은 다시 마이크를 쥔다.
이장
피석개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안내드립니다. 농촌에서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 사기를 생각해서 질서 있게 노시기 바랍니다. 너무 시끄럽지 않게 놀아주시기 바랍니다.
두루미마을 청년들이 모여든다.
경천
이 썅! 몰아내세들…
청년들은 백사장 피서객 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고함을 치면서 피서객들의 퇴장을 종용한다. 이어서 피서객들과 동네 청년들이 다툼이 시작된다.
피서객 1
네놈들이 뭐야!
피서객들과 동네 청년들의 패싸움이 시작된다.
청년들과 피서객
저놈 잡아라!
이놈 쳐라!
지서 주임과 서원 두 명이 자전거로 달려온다.
지서 주임
웬일들이야?
이장
피서객들에게 사전에 마이크로 질서 있게 놀아달라고 당부했는데 듣지 않아, 결국 이렇게 됐네요.
지서 주임
지금이 어느 시국인데 이러고들 놀아. 정신을 못 차린 사람들이구만.
(사이)
(서원들에게) 각 단체 대표들 불러와.
지서 주임은 백사장을 둘러보다 베어진 노송나무를 본다.
지서 주임
저 나무들은 누가 베었어?
경천
여기 와서 못 놀게 할라고 제가 베었습니다.
지서 주임
자네도 정신이 비었군.
지서 주임은 서원이 불러 모은 각 단체 대표와 경천을 연행해 간다. 무대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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