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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희곡/오유권 단편 각색

오유권 소설의 무대는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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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권 소설의 무대는 어디였을까

영산포와 나주평야를 따라 읽는 『오유권 소설 선집』

오유권의 소설을 읽다 보면 낯설지 않은 풍경이 자주 나타난다. 영산강, 장터, 선창, 주막, 농촌마을, 지서, 성당, 논과 밭, 그리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다.

이 공간들은 단순히 막연한 ‘전라도 농촌’의 배경으로만 보기 어렵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산포를 중심으로 나주와 그 주변 지역의 실제 생활공간이 소설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작품을 오래 읽어온 지역 주민의 기억과 실제 지리를 함께 놓고 보면, 오유권 소설의 공간은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오유권 소설 선집』에 실린 작품들을 중심으로 그 배경을 정리해 본다.

1. 두 나그네

이 작품의 배경은 영산포와 그 주변 농촌을 오가는 길과 주막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장날이면 사람들이 영산포로 모여들고, 다시 각자의 마을로 돌아가던 길이 중요한 생활공간이었을 것이다. 소설에서 주인공들이 내리는 역은 '고막원역'이다. 이야기 전개에서 나오는 지명은 영산포 주변의 마을이다. 작가가 '고막원역'을 부러 사용한 것은 지명이 주는 정감 때문이지 싶다.

2. 참외

「참외」의 배경은 용산리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참외밭과 농가, 들길이 이어지는 농촌 풍경 속에서 당시 농민들의 가난한 삶과 생활상이 드러난다. 용산리는 당시 과수와 참외 등을 재배했을 것이고 영산포장을 보는 상인들의 길목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3. 옹배기

「옹배기」는 영산포와 신북 일대를 배경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영산포의 생활권과 신북의 농촌마을이 서로 이어지는 공간이다. 장터와 농촌을 오가는 사람들의 생활 반경을 떠올리게 한다. 광주에서 피난차 온 여인이 신북으로 이사가는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가 이야기의 소재다.

4. 쌀장수

「쌀장수」의 무대는 영산포장과 그 주변 농촌으로 추정된다. 쌀이 생산되는 농촌과 그것이 거래되는 장터 사이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영산포가 주변 농촌의 상업 중심지였던 점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쌀장수에서 묘사되는 영산포장을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5. 소문

「소문」은 영산포 주변의 어느 농촌마을을 떠올리게 한다. 작은 소식 하나가 빠르게 퍼질 수 있었던 밀접한 농촌 공동체가 작품의 배경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나주댁'의 주인공 댁호로 봐서는 나주보다는 영산포 인근의 농촌 마을이라고 볼 수 있다. 댁호란 부인의 친정 지명에서 따오기 때문이다.

6. 호식

「호식」 역시 영산포 주변 농촌이 배경으로 보인다. 산과 들이 가까운 마을에서 전통적인 민간신앙과 두려움, 농민들의 생활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고개는 지금은 큰 길이 났지만 당시만 해도 사람들 왕래가 더딘 영산포에서 다시로 넘어가는 고개였지 싶다.

7. 혈

「혈」은 영산포 인근의 전통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생각할 수 있다. 혈연과 문중, 집안, 토지가 중요한 의미를 갖던 농촌사회가 작품 속에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산강이 묘사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나주평야가 끝나는 강을 내려다보는 어떤 마을이었을 것이다.

8. 젊은 홀어미들

「젊은 홀어미들」의 배경은 진포리로 볼 수 있다. 전쟁 이후 남편을 잃은 젊은 여성들의 삶과 당시 농촌사회의 현실이 겹쳐지는 공간이다. 소설 첫머리에 영산강을 오른편에 두고 사막재를 지나 대나무가 서로 부딪치는 곳이 묘사된다. 지금은 공단이 들어서서 많이 변화됐지만 진포리 내지는 텃골이 배경이지 싶다. 

9. 황량한 촌락

「황량한 촌락」은 영산포 주변의 어느 농촌마을이 배경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제목 그대로 전쟁과 가난으로 피폐해진 농촌의 모습이 중심을 이룬다.

10. 돌방구네

「돌방구네」의 배경은 영산포 성당과 그 주변 마을로 볼 수 있다. 성당이라는 근대적 종교 공간과 전통적인 농촌마을이 함께 존재하는 점이 흥미롭다.

이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당시 영산포에서 서양 종교문화와 전통 농촌문화가 어떻게 한 공간 안에 공존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11. 월광

「월광」의 중요한 공간은 영산포 선창과 새끼내 일대로 추정된다. 영산강의 물길, 선창, 작은 하천과 마을이 작품의 분위기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특히 달빛이 비치는 보리나 밀이 넓게 재배됐을 나주평야를 떠올리면 제목인 ‘월광’이 지닌 정서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12. 새로 난 주막

「새로 난 주막」은 새끼내를 배경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새롭게 주막이 생겨나면서 벌어지는 변화가 작품의 중요한 공간적 의미가 된다.

주막은 단순히 술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정보가 모이는 당시 농촌사회의 작은 교류 공간이기도 했다.

13. 가난한 형제

「가난한 형제」의 배경은 영산포 골모실과 영산강이다.

골모실의 농촌생활과 영산강 주변의 서민 생활을 함께 떠올릴 수 있다. 강은 생계의 터전이면서 동시에 마을과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였다. 작가가 소설을 쓰는 당시에는 영산강 범람을 막기 위한 공사가 자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일들이 잘 진행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14. 기계방아 도는 마을

「기계방아 도는 마을」의 배경은 봉황 철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제목 자체가 농촌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사람이 직접 방아를 찧던 시대에서 기계방아가 들어오는 시대로 바뀌면서 농촌의 생활 방식도 달라졌다.

봉황 철야라는 실제 농촌 공간과 연결해 보면 당시 나주지역 농촌 근대화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15. 농우부고장

「농우부고장」의 공간은 영산포 인근 농촌마을에서 영산포장으로 가는 길과 그 길목의 주막으로 이해할 수 있다.

농민들이 농산물을 가지고 장터로 가던 길, 장날이면 사람과 소가 함께 오가던 길, 쉬어가던 주막이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했다.

이 작품은 당시 농촌과 장터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된다. 영산강 새끼내 일대는 여러 지역에서 몰려드는 장 보는 사람들의 쉼터가 있었을 것이다.

16. 농민과 시민

「농민과 시민」의 배경은 남평 지석강 주변 유원지로 볼 수 있다.

이 공간은 농민과 도시인이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서로 다른 생활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유원지라는 공간에서 마주치면서 농촌과 도시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17. 농지상한선

「농지상한선」은 나주평야 농촌이 핵심 배경이다.

넓은 농토와 농민들의 삶, 토지 소유 문제를 다루기에 나주평야만큼 상징적인 공간도 드물다. 작품을 통해 당시 농민들에게 토지가 얼마나 중요한 삶의 기반이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18. 쑥골의 신화

「쑥골의 신화」는 영산포 주변의 어느 농촌마을을 모델로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쑥골’이라는 이름이 실제 지명을 그대로 사용한 것인지, 실제 마을을 변형한 가상의 공간인지는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작품의 생활문화와 인물관계를 보면 영산포 생활권의 농촌마을을 연상하게 한다.

19. 후사

「후사」의 중요한 공간은 영산포지서와 불회사계곡이다.

영산포지서는 마을의 행정과 치안을 상징하는 공간이고, 불회사계곡은 산과 자연의 공간이며 전쟁 직후 빨치산이 은거했던 지역이다. 작품에서는 '불여시계곡'으로 나오는데, 작가가 아들을 찾아가는 엄마의 여정을 묘사하는 부분을 따라가면 불회사가 나온다.

오유권 문학의 중심에는 영산포가 있다

작품의 배경을 하나씩 지도 위에 올려놓으면 일정한 구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중심에는 영산포가 있다.

 

영산포에서 선창과 새끼내, 골모실, 성당, 지서, 영산포장이 서로 연결된다. 여기서 다시 주변 지역으로 길이 뻗어나간다.

용산리, 진포리, 신북, 봉황 철야, 남평 지석강, 나주평야, 불회사계곡 등이 그 바깥 공간을 형성한다.

 

결국 오유권의 소설 세계는 영산포라는 생활 중심지를 기준으로 농촌과 장터, 강과 길, 산과 들이 서로 이어지는 하나의 커다란 생활권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을 지도와 함께 읽어보면

오유권의 작품을 단순히 책 속 이야기로만 읽는 것보다 실제 장소와 함께 읽으면 훨씬 흥미롭다.

「월광」을 읽고 영산포 선창을 찾아가고, 「가난한 형제」를 읽으며 골모실과 영산강을 걷고, 「기계방아 도는 마을」을 읽은 뒤 봉황 철야를 찾아가는 식이다.

그러면 소설 속 인물들이 어디를 걸었는지, 어디에서 장을 보았는지, 어느 강가에서 살았는지가 현실의 풍경과 겹쳐진다.

이것이 바로 문학기행의 재미다.

으로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작품별 실제 장소를 하나씩 확인하고, 옛 지명과 현재 지명을 대조해 본다면 ‘오유권 문학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영산포를 출발점으로 하는 자전거 문학기행 코스로 구성한다면 오유권의 문학을 책에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길 위에서 만나는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다. 특히 영산포에서 많이 거주하는 다문화 가족들과 함께하는 문학기행이 된다면 오유권 소설의 아시아화, 더 나아가 '세계화'에도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다문화가족에게는 우리의 50년대와 60대의 모습을 간접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이 글의 작품별 장소는 작품 내용과 지역의 지리, 그리고 지역에서 전해지는 기억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일부 장소는 앞으로 작품 원문과 관련 자료를 통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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