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소통

오유권 생가 방문, 외로운 사냥꾼이 되어

바우네 2025. 3. 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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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카슨 매컬러스 장편 소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의 주인공 '싱어'의 심정으로 버스 투어를 했다. 동창에서 버스를 타고 영산포 가는 길에 내정에서 1명, 가는물에서 1명이 탄다. 버스는 신차답게 엔진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율정으로 향한다.

카슨의 소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율정과 골모실

율정에서 골모실 꼭두말집까지는 비탈이다. 남쪽 해바라기를 한 집들을 사이에 두고 오르면 모냥 없는 송전탑이 보인다. 송전탑 근처에 꼭두말집이 있다. 백 년은 끄떡없을 개량한 강판 지붕이 보인다. 옴팍하게 박힌 오유권 생가는 길을 내려서야 모습이 제대로 드러난다.

오유권 생가

그렇다.

이 작은 오두막이 그가 40년 넘게 살았던 집이다.

이 집에서 수많은 금쪽같은 원고가 나왔다. 집은 초라하나 전망은 대박이다. 가야산이 앞서고 백룡산과 진뫼가 좌우로 배치된 양택이다. 그의 글은 이런 자연환경과 관계가 깊다.

노봉산 꼭대기로 올랐다. 그의 집이 '꼭두말집'이 된 것은 '꼭대기'와 관련이 있지 싶다. 작가는 수시로 이곳을 왔을 것이다. 그의 아내는 그리운 고향을 향해, 이곳에 앉아 친정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소설가는 생각이 막히면 이곳에 올라 사방을 살폈을 것이다.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선 용산 외밭을 보고 소설 '참외'를 구상하고, 새끼내를 보면서 '젊은 홀어미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생각을 따라가 보려고 나도 사방을 살폈다.

 

제법 외로운 사냥꾼 티를 내면서 폰의 셔터를 눌렀다.

노봉산 꼭대기에서 둘러본 사방 풍경

 

날이 흐려 무등은 보이지 않았지만 남평 식산은 눈에 들어온다. 혹여 태뫼가 보이나 싶어 눈을 씻고 봐도 태뫼는 흔적도 안 보인다. 배뫼는 이미 신도시로 편입된 후에 산의 형태를 벗었다. 소설가가 봤을 때는 그런 잡물이 없이 깨끗한 나주평야를 봤을 것이다. 외로운 사냥꾼의 상상은 그를 따라갈 수가 없다. 더구나 거대한 데크가 깔려 더욱 상상을 방해한다.

 

오유권 문학 버스 투어

오유권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을 버스로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크지 싶다. 대부분 작품은 나주버스 400번대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400번대 나주버스는 410번부터 416번까지 있다. 내가 택한 버스는 413번과 411번이었다. 

 

나주터미널에서 413번 버스를 타면 광주쪽으로 향하다 빛가람 신도시를 쭉 돌아 봉황을 거쳐 세지 동창으로 간다. 가는 길은 옛날 금정으로 넘어가는 구도를 타기에 시간이 넉넉한 노년에게는 여유롭기만 하다. 동창에서 내려 터미널의 편의점에서 땅콩을 안주 삼아 맥주캔으로 20분을 때웠더니 411번이 나타났다.

 

411번은 영산포로 향하는 직선 코스였다. 용산을 거쳐 좌회전을 하면 '율정'이다. 아마 밤나무와 인연이 깊은 곳이려니 짐작하고 노봉산으로 올랐다. 꼴값스럽기는 하지만 송전탑이 소설가 생가의 지표가 되는 좋은 점도 있다. 송전탑을 보고 쭈욱 오르면 그곳이 소설가 생가이다. 

 

생가를 거쳐 노봉산에 오르면 탁트인 전망이 좋다. 북으로는 무등이, 남으로는 월출이 보인다. 동으로는 덕룡이 서로는 백룡이 둘러친 곳에 노봉이 있다. 그 산에서 내려보면 들 가운데 볏단처럼 보일 것이지만 노봉에서 보면 나주평야의 으뜸이 된다. 

 

노봉산과 골모실을 둘러보는 답사는 버스투어가 제맛이다. 참고로 나주버스는 환승이 4차례까지 가능하다. 제한 시간도 두 시간이기에 저렴한 버스 요금으로 모든 투어가 가능하다. 버스 안의 와이파이 성능은 대체로 1기가바이트 속도였다. 털털거리는 시골길을 버스로 둘러보는 맛도 기막히다. 물론 신형 버스라서 털털거리지 않는다. 과속방지턱이 많아 털털거린다는 느낌이 들뿐.

나주 버스 411번 실내

 

정리

골모실 오유권 생가 주소는 '나주시 노봉길 15-1'이다. 나주터미널에서 이곳으로 오는 버스는 여러 방법이 가능하다. 내가 택한 버스길은 '돌고 돌고 또 도는' 방식을 택했다. 413번을 타고 나주의 가장 위쪽으로 접근했다가 가장 아래인 동창까지 갔다. 그리고 맥주 한 캔을 비우고 411번 버스로 생가가 가까운 '율정' 정류소에서 내렸다. 

 

그리고......

터벅터벅 올랐다. 

 

'꼭두말집'이 느껴지는 것이 좋았다.

 

소설가의 생가를 보고 노봉산 꼭대기 나무데크에서 나주뜰을 보면서 점심을 했다.

 

즐겁고 행복한 '외로운 사냥꾼'의 길이었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의 주인공 '싱어'는 입술 움직임으로 말을 알아듣는 농아이다. 그는 말없이 듣기만 할 뿐. 주변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싱어'를 좋아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외로울 땐 말을 할 수 없었다.

 

외로움을 같이 할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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