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오유권 읽기] 오유권 원작, '두 나그네' 읽기
오유권 원작, '두 나그네' 읽기
이왕 벌린 일이다.
영산포 출신 소설가 오유권 소설을 소개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연재했다. 처음에는 희곡으로 각색하는 일을 했다. 이어서 글을 요약하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을 골라 모노드라마를 꾸며서 올렸다.
이제 바닥이 났다. 앞으로 할 일은 소설가 오유권의 작품을 모두 찾아서 전집을 발간하는 일이 남았다. 내 고향 출신 소설가의 작품을 정리하는 것은 고향 후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특히 나주 토속어를 잘 활용한 그의 소설은 앞으로 두고두고 고향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 속 지역은 당신이 살았던 그 시대를 잘 담고 있다. 그 지역들에 대한 답사 기획도 같이 할 것이다.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은 오유권 소설은 읽는 것이다. 낭송에 걸맞은 목소리는 아니다만, 1분 숏츠로 제공하는 것은 못할 바도 아니다. 작품의 머리글을 60초 숏츠로 제공할 생각이다. 어차피 매일 걷는 맨발길에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걸을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의 작품은 토속적인 정감이 넘친다. 내 몸과 마음 곳곳에 스민 토속 정서가 작품과 한데 어우러지면 뭔가 의미가 있지 싶다. 사실 안갯속에서 시작하는 감도 있다마는 이틀 시도해 보니 못할 바도 아니다.
자, 시작이다.
'맨발로 오유권 읽기'를......
https://youtube.com/shorts/qNXqD7eKdbE?si=5ZLG2ATjqjPdqKbP
두 사내는 늦가을, 고막원과 영산포(?) 인근 마을 사이의 길을 걷다 우연히 동행한다. 각자의 아들을 면회 다녀오는 길임을 알게 되며, 같은 부대 소속임을 확인하고 친분을 쌓는다. 큰 사내는 호탕하고 술값을 시원하게 계산하는 반면, 작은 사내는 궁색한 형편에 계산을 주저한다. 주막에서 술을 마시며 인생과 전쟁의 비극을 이야기하지만, 작은 사내는 계속 술값을 내지 못해 자책한다. 결국 큰 사내가 계속 비용을 부담하며 형제 같은 정을 나누고, 작은 사내는 가족을 위해 돈을 아끼며 마음의 짐을 덜려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 설정이다. 작가 오유권은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를 결코 과하지 않게 묘사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좀스런 작은 사내 입장에 동정이 간다. 주머니를 만지작거리기만 하는 그 애잔한 심정에...
지역 설정에서 '고막원'을 하차역으로 택했다. 상식적으로 접근하면 '영산포역'이라야 이치가 맞다. 당시 영산포역은 6개군을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다. 영산포에서 내려 삼사십리길을 걷는 것은 50년대 교통 여건으로 당연하다. 고막원은 그럴 여지가 적다. 그런데도 '고막원'으로 했을까? 아마 역의 이름에서 받는 느낌이 작가의 선택을 도왔을 것으로 판단된다. '영산포역'은 정감은 약하다. '고막원!', 뭔가 고답적인 향수가 느껴진다. 여하튼 두 사내는 '고막원역'에서 내려 자신들의 마을까지 가는 길이다. 그 여정에서 빚어지는 일들을 담백한 수채화처럼 그렸다.
때가 되면 작품에서 다뤘던 지역을 답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고막천 석교를 비롯하여 영산강 주변 옹관묘 등을 묶으면 즐거운 답사가 될 것이다.